빵순이
빵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멋진 인생이다. 빵을 만들면서 그
리고 빵을 먹으면서 만들어가는 시적 형상
들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다. 빵을 통해 드러나는 시적 은유와 의인
법은 우리가 먹는 단팥빵마저 위대하게 느
껴지게 한다. 그걸 아예 통째로 다 먹지만
은 않는다면. 그게 〈빵순이〉 이다.
〈가끔은 혼자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라가면 힘들다. 물론 육체
적으로 수많은 눈보라와 극한의 추
위를 이겨내고 올라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몇몇의 희생당한 동료들이
눈물 밑으로 고스란히 생각나기 때
문이다. 자식이 나중에 부모를 묻어
야 하듯이 제자들이 나중에 스승을
묻어야 한다.
그래야지 굳건하고 희생정신
이 몸에 밴 단팥은 고이 잠을 들 수
가 있다.
단팥빵은 달다. 달다는 건 다
채로운 무지개빛과는 전혀 딴판이
다. 다른 맛을 다 뭉개 버리고 자기
만이 에버레스트산을 정복한 느낌이
니까 말이다. 에버레스트산에 올라
정상을 차지한 사람은 과연 어떤 비
장한 각오로 임했을까.
“꼭 잡고 올라와. 내가 여기
서 꼭 기다릴 테니까 한 템포 쉬고
오라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단팥빵의 달다란 그 맛은 다
른 맛을 다 이기고 자기만 결승선에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빵을 통해 우리의 민족성과 성향을 비유한 논리는
정말 자타불이이다. 그만큼 "빵순이"는 독특하고 철학적이다.
철학적이라고 해서 너무 형이상학적이거나 이론적이 아니다.
중학교 수준의 국사책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가 있다. 그게 빵순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