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지우개
김지우는 감정 라이터이
다. 그녀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변형하
고 특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지긋
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하나의 개성
을 추려내는 게 능하다.
"사랑이나 우정이나 둘 다
강력한 감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
나 이런 감정을 우리가 맛보거나
누리기 위해 금전적인 대가를 치르
게 된다면 이런 감정들은 변기를
누르면 함께 내려가는 변기 물처럼
가벼운 것들이 되고 가치가 희석될
것이다."
〈본문 p. 66에서 발췌.〉
"그렇다 보니까 이상한 사람
들과도 엮이고 나한테 애초에 오지
않았을 피해도 당하게 된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걸 뼈저리게 후회
를 했을 텐데 삶을 어느 정도 깨달
은 이후엔 그거에 대해서도 그냥
넘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돈을 받고 영어 과외를 했는데 3개
월이 지나도 학생의 어머니가 과외
비를 입금 안 해주시는 거였다. 기
분이 몹시 안 좋았지만 나는 그냥"
〈본문 p. 97에서 발체.〉
김지우가 전하는 세계는 남다르다. 그녀는 평범한 소재에서 독창성과 특이성을 산출해낸다.
그녀의 글을 한 번 읽어보면 그런 게 남다르다는 걸 한 눈에 봐도 알 수가 있다.
이를테면, 이런 글들에서 그런 게 여실히 드러난다.
“내 친구는 나에게 ‘은혜’라
는 용어를 써가면서까지 나에게 고
마움을 표했지만 나는 그 고마움을
쉬이 받지는 못했다. 그 때의 감정
은 ‘안타까움’에 가까웠다.
음식가격에 대한 지나친 부
담을 느끼면서까지 우리가 만나야했
던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데
돈이 꼭 필요한 걸까?”
이 글을 보면 돈 때문에 친구 사이를 고민하는 한 소녀의 감성을 묻어난다.
친구는 만나고 싶지만 자본 때문에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소시민의 삶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