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영역
대한민국에 살면 늘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된다. 실력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보다는 인
맥과 학연 또는 지연으로 사람을 저울질하는
것. 이런 것들이 성행하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
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회의감을 느낀다. 더 이
상 열심히 살아야 할 필요성도 상실하게 된다.
얼마 전, 한 대학교수가 본인의 지위를 이용
해 조교에게 인분을 먹이는 사건이 있었다. 교
수가 되고 싶은 조교의 심리를 아주 적극적으
로 이용한 셈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활동
하고 있는 수만 명의 시간강사들은 교사가 되
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
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올까?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잘 제시해주고
있는 편이다.
나는 그녀의 제안에 대해 궁금
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의 머리에 대
해서는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섣불리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
시죠?”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
지 못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요.”
나는 그녀의 대답이 너무 성의
없게 들렸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에
게 교수 제안씩이나 했으면서 아무 계
획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됐다. 그래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교수님! 어떻게??”
박혜영은 양주 한 병을 들이켜
고 나서 내 쪽을 째려봤다.
“교수님. 무슨 고성을 그렇게
지르세요? 저를 못 믿으세요? 못 믿으
시면 이쯤에서 빠지세요.”
언제는 나를 그렇게 유혹하더
니 이제는 나더러 빠지라는 거였다. 나
는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
녀에게 대항할 만한 마땅한 대안도 없
었다.
“아..알았어요..제가 좀 경솔했
네요..”
“제 얘기를 좀 들어보세요. 제
가 표절 건으로 몰 생각이에요. 아예
생각이 없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구체
적으로 아직 윤곽이 없을 뿐이지. 어느
정도 계획은 짜 놓았다는 말이에요.”
그럼 그렇지. 이제 좀 그녀다웠
다. 아무 계획 없이 나를 불러 낼 그녀
가 아니었던 거다.
“그럼 제가 어떻게 도우면 되는
건가요?”
“그러니까 그걸 아직 제가 완전
히 세우진 않았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
요. 근데 교수님의 확신이 있어야 합니
다. 우리가 한 배를 탄만큼 이 계획이
밖으로 새어 나가거나 하면 큰 일 납
니다. 나나 교수님이나 서로 말 조심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바쁜 시간에 교수님을 불러 낸 거예요.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
덕였다.
공학자 출신 소설가가 쓴 픽션같지 않는 픽션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파격적이다. 기존의 소설과는
약간 그 전개 방식이 다르고 참신하다. 실제 사건을
동기로 해서 창작한 그의 소설은 전혀 소설 같지가 않다.
오히려 숨이 꽉 차오르고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아마도
그건 어쩜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를 다시
새롭게 경험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신용선의 새 소설을 이제 한 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