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
버스에 오르면 그는 불안하다. 그냥 계
속 불안하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이내 창
밖을 바라보면 마음이 진정된다. 그리고
다시 서투른 걱정을 한다. 걱정을 한다고
해서 그의 마음이 더 상쾌해지거나 편해지지
는 않는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라도 들어
야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는 그거에 늘
감사하다. 그보다 안 좋은 형편에 있는 사
람은 얼마든지 있으니. 그의 형편은 그들과
비교하면 훨씬 낫지 않는가. 이런 데서는
비교를 하면 괜찮다. 다른 데서 하면 안
되고. 그래서 그는 이 글을 쓴 거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서 인생을 한 번 살아
보라고 그는 권해주고 싶다. 그러면 그들은
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
게 되는 거니까. 그래도 성이 안 차면 그의
책을 덮고 그냥 나가서 산책을 갔다 오길
바란다. 그의 책을 읽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책은 언제나 도구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단순한 지식의 향연이라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
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걸어본다. 그거라
도 안 걸면 인생이 너무 허망해지니까.
그는 강남의 황량함과 하려함을 동시에 본
다. 그것의 익숙함과 타락은 늘 그를 자극
한다. 야한 곳으로 이끌기보다는 그의 속
됨을 반성하고 비판하게 된다. 그런 게 어
떤 조금의 의미가 있다면 말이다..
"그런 경우에는 그냥 그런 사람
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게 예의이다. 자
기만의 감정에 빠져 있어 거기에서 헤
어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고 그
시간은 온전히 자기를 달래는 데 쓰여
야 한다. 그게 ‘뿌듯한 감정’이어도 마
찬가지이다."
군대에서 막 전역하고 버스에 올랐을
때의 그의 기분이 역력하다. 근데 그의
옆 사람은 자기만의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그리고
그는 그걸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는 거다.
남에 대한 배려가 조금만 있었더라면 말을
걸지를 않았을 텐데..그는 탁월하다.
그런 감정을 끄집어내는 데 있어서.
그래서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하는 거다.
오늘 내가 슬픈 일이 있었다면.
작가 설청수는 인간 중심인 휴먼 스토리를 창시한다.
그는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희로애락을 살포시 꺼내어 우
리를 각성하게 한다. 그는 평소에도 버스나 가을을
자주 탄다. 그 안에서 그의 부드러운 본능을 꺼내
본다. 슬프면서도 간략한 그의 감정 기법은 사람들
의 눈시울을 적시면서 나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그걸 무의식적으로 자아낸다, 마치 하나의
물방울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것처럼.
1 전역 후에 타보는 버스 9
2 가을타는 내 맘 18
3 사당역 그 집: 행복했던 소소한 일상 28
4 현상설계 당선되다 37
5 자유 선택과 선택권의 다양성 47
6 환상의 조화 59
7 못 보던 친구들과의 재회 71
8 성숙해간다는 것과 속세에 젖어가는 것 83
9 안 먹는 버섯 피자 95
10 건빵 줘도 안 먹음 106
11 나의 정체성은?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