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사유
이보균 에세이. 일상 속 사유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알려준다. 사유는 일상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나와 주변의 가치를 동태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저자는 사유가 우리 삶에 있어 필수 요소이며, 사유 없는 삶은 개인적인 아쉬움을 넘어 주위에 건조한 영향을 미치고 위험스럽기도 하다고 말한다.
물질과 소비 지향 시대에서
나를 지켜가는
사유, 공감, 소통의 가치
『존재와 사유』는 일상 속 사유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알려준다. 사유는 일상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나와 주변의 가치를 동태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저자는 사유가 우리 삶에 있어 필수 요소이며, 사유 없는 삶은 개인적인 아쉬움을 넘어 주위에 건조한 영향을 미치고 위험스럽기도 하다고 말한다.
코로나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표면화되는 시대다. 폭력적인 댓글, 충동적인 행동, 이기적인 탐욕, 정의롭지 않은 권력, 지나친 비교와 생명 경시, 무분별한 쏠림 현상 등이 심화되어 간다. 온갖 연결과 정보의 홍수 속에 나의 관심과 에너지는 끊임없이 분산되고 생각과 삶은 번잡하다. 바쁘다는 말이 인사가 된 시대다. 그것을 넘어 자신을 드러내고 중요성을 암시하는 말이 되어 간다. 구체적이고 깊은 사유의 중요성은 더 커져 가는데, 그럴 시간과 에너지는 바닥을 보인다. 그것은 맹목적이고 충동적인 개인을 만든다. 가짜 뉴스도 분별없이 수용하며 누군가의 주장에 휩쓸리고 무분별한 쏠림 현상도 심화되어 가는 모습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이 사유의 결핍에서 야기된 현상이라고 말한다. 살기 바쁜데 사유는 무슨 한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묻는다면, 오랫동안 글로벌 경영자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온 저자의 일상 속 사유를 담은 『존재와 사유』를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바쁨과 사유는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사유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물질적으로 보면 분명 발전했음에도 삶의 풍요로움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텅 빔이 아닌 내적인 힘을 느끼며, 나와 주위 그리고 관계를 새롭게 보는 시선과 풍성한 경험,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민, 그것이 사유의 가치다. 사유하는 일상이 만드는 풍요함이다. 그래서 우리는 바쁘더라도 가끔씩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내 안에 사유의 힘과 자유를 느껴야 한다. 사유는 나를 잃지 않고 옳음을 추구하는 정의의 출발이다. 사유를 통한 자유와 정의가 이 시대 쓰나미 같은 쏠림 현상을 완화하며 각자 자기방식대로의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매력적인 것은 각자 자기방식대로 걷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목적지는 같지만 출발지, 속도, 머무는 곳, 계절과 날 수, 동반자 모두 다르다. 이런 자기만의 방식과 걷는 행위의 느림이 수많은 사람을 부르고 삶을 변화시킨다. 사유는 내 삶에 아름다움과 지혜를 담는다.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변화가 크고 빠르지 않던 시대에는 일상의 삶속에서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며 사유가 가능했다면, 워낙 급변하는 이 시대에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의지적인 삶이다. 한동안 말을 달려가다 멈추고 경건하게 앉아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길 기다리던 인디언의 지혜를 생각한다. 그래서 사유는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태도이다.
배려, 시선, 연결, 인식, 시간
다섯 가지 관점으로 바라본 ‘존재와 사유’
『존재와 사유』는 배려, 시선, 연결, 인식, 시간이라는 다섯 가지 관점으로 정리하였다.
배려는 타인을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자체가 나와 동등한 타인을 내포한다. 배려와 사랑 사이에서 배려를 택했다. 사랑에는 때로 주도적인 갑과 상대적으로 약한 을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배려는 관계의 우열이 없거나 있어도 약한 가치중립적인 말이기에 힘과 가치가 있다. 배려가 의미를 더하고 확산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한편, 사랑은 이 시대에 과로 상태에 있다. 유행가사, 드라마, 문학에도 사랑은 언제나 차고 넘친다. 열린 보편적 사랑도 있지만 연인이나 부부 혹은 가족 간의 제한적인 사랑이 강조되는 점도 시대적 특성이다. 물론 그런 사랑도 소중하나 배려나 우정 등의 가치가 바탕이 되고 그 위에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생각한다.
시선은 가벼운 느낌의 관점이다. 관점이 양복을 입은 정형화 된 느낌이라면 시선은 청바지 차림이다. 그래서 활동하기 쉽고 동적인 느낌이다. 백두대간을 할 때 능선에서 겹겹이 펼쳐진 산맥을 바라보던 순간을 떠올린다. 관점보다는 시선이다. 새로운 시선, 깊이 있는 시선을 느낄 때의 꽉 찬 느낌이 좋다. 소중한 순간이고 알알이 삶을 채워가는 보석이다.
연결은 어떤 대상과 다른 대상의 이어짐이다. 그 대상은 사람, 장소, 가구, 나무, 풀, 동물 등 다양한데, 둘 이상의 대상으로 혹은 삶으로 이어진다. 연결에 의미를 두는 것은 그것이 갖는 시초성과 함께 특별한 경험으로 나아가는 확장성일 것이다. 연결은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가치나 인식의 잉태이거나 출발이며 삶을 관계 속에서 풍성하게 만든다.
인식은 일정 범위의 대상에 관한 이해와 수용이다. 시대에 대한 혹은 특별한 사안에 대한 개인적 혹은 사회적인 의식의 방향을 생각해 보았다. 인식은 직간접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기에 자체로 어떤 실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조지 오웰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언급한 정치적인 맥락의 글일 수 있다.
시간은 그 흐름 속에서 가치를 담은 것들을 싣고 있다. 일상의 어떤 일도 그 속성상 어느 정도 시간에 의존하겠지만 특별히 시간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주主인가 부附인가의 느낌이다. 사실 시간의 개념은 익숙하지만 한 발자국만 더 들어가도 모호하고 정의하기 어렵다. 일상에서 쉽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시간이면 족하다. 그 맥락 안에서 특별한 상황이나 느낌을 담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