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저자 : 채만식
■ 지은이에 대해
채만식은 1902년 전북 옥구군 임피면 읍내리에서 아버지 채규섭과 어머니 조우섭 사이의 6남 3녀 중 5남으로 태어났다. 비교적 유복한 상태에서 어려서부터 한문을 수학했으며, 임피보통학교,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에 진학했으나 갑자기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1학년 때 중퇴했다. 귀국한 뒤 동아일보 기자, 개벽사 기자, 조선일보 기자 등을 하다가 1936년 이후에는 창작 활동에만 전념했다. 여러 형제들의 살림을 뒤받쳐야 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늘 어려워 낙향과 상경을 반복했으며, 개성·안양·동대문 밖 광장리 등 서울 주변 지역을 맴돌며 생활했다. 1946년 고향 근처인 이리로 낙향하였으나 한국전쟁 직전인 1950년 6월 11일 이리시 마동 자택에서 영면했다.
채만식은 대학을 중퇴한 직후인 1923년 처녀작 <과도기>를 창작했으며 이듬해에는 단편소설 <세 길로>가 <조선문단>에 발표됨으로써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해마다 한두 편씩의 작품을 창작했으나 1930년까지 그의 문학 활동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1929년 개벽사에 입사한 뒤부터 많은 글을 쓰게 되는데 소설, 희곡, 평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다. 이러한 창작 방식은 채만식 문학의 특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소설과 희곡을 넘나듦으로써 서사의 다양한 방식을 경험하게 되었고, 평론 활동을 통해서 창작 방법에 대한 예리한 관점을 획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채만식은 문학 논쟁에 자주 끼어들었으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다른 사람의 논평에 대해서도 논쟁적으로 대응했다. 기본적으로 프로문학에 동조하면서도 집단의 논리보다는 창작 체험에 바탕을 두고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에 그의 문학 담론에서는 독특한 관점이 제시될 수 있었다. 채만식의 작품에 실험 의식이 농후한 것은 그 논쟁 등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작품 창작에 반영한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 뚜렷한 색깔을 나타내지 않았던 채만식의 문학은 1930년대 초에 풍자의 경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레디메이드 인생>이 그 대표 작품으로 이 경향은 <치숙>, ≪태평천하≫ 등 1930년대 후기의 풍자소설로 이어진다. 해방 이후의 작품인 <맹 순사>, <미스터 방>, <논 이야기> 등도 풍자의 경향을 농후하게 간직한 작품들로서 작가의 시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 생활의 부조리와 세태의 변화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잘 보여준다. 채만식의 문학을 전체적으로 풍자문학으로 규정짓는 문학사적 평가가 관례적으로 이루어진 데는 이렇게 창작 활동 기간 내내 그 경향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만식 문학의 중심적 흐름을 이루는 것은 알레고리로 볼 필요가 있다. 작가의 대표작들이 생산된 시기가 1930년대 후반부터 1950년 사이라고 보면 그 시기에 사용된 창작 방법을 규정짓는 지배적 개념이 알레고리이기 때문이다. 채만식은 1934년부터 2년간 자신의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심사숙고하였는데 그 숙고의 과정을 거친 이후인 1936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그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이 알레고리로 되어 있다. ≪탁류≫, ≪태평천하≫, <제향날>, <심봉사>, <패배자의 무덤>, <냉동어>, ≪여인전기≫, ≪소년은 자란다≫까지 주요 작품 대부분이 알레고리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채만식이 알레고리 구조를 채택한 것은 일제에 대한 항거의 의식을 표현하는 데 풍자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알레고리 구조를 지닌 작품들은 현실에 대한 인식의 내용과 범위뿐 아니라 문학적 행동이라는 측면에서도 채만식의 문학을 대표하기에 적합한 대상인 것이다. 더욱이 작가는 알레고리 작품을 만들면서 분신의 기법과 같은 여러 가지 문학적 실험을 병행하여 문학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 번째의 경향은 자전적 소설의 기법이다. 알레고리까지도 힘들 정도로 험악해진 상황에서 작가는 자신의 일상을 세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일제에 대한 항거 의식을 표현했다. 자전이기 때문에 굳이 소설을 표방하지 않는 여러 산문형식들도 이 종류에 포함된다. 그런데 채만식은 이 자전적 소설의 기법을 이용해 해방 이후의 현실을 형상화하는 데 크게 성공하고 있다. ≪민족의 죄인≫이나 <역로>, <낙조>와 같은 자전적 소설은 해방기 채만식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아 부족할 것이 없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따라 평가하면, 첫째 채만식 문학은 항일 문학으로서 불후의 성과를 남겼다. 일제의 강압이 극도에 달한 엄혹한 시기에 채만식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알레고리를 이용하여 항일 투쟁을 전개했고 그 문학성 또한 당대의 어떤 작품보다도 높은 수준에 있었다. 이 점에서 채만식의 문학은 세계 저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는데, 식민지 현실에 대한 인식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탁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