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등단 30주년 기념
돌돌 최재목 시인의 시화집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넉넉한 감성의 울림!
이 시화집은 무념無念의 바늘로 허공을 기워 만든 옷이요, 무상無想의 붓으로 허공에 그린 그림인지라 더도 덜도 아닌,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영혼의 소산이다.
평소 부처나 불교에 대해 갖고 있던 나의 생각을, 스쳐 지나가는 그 사념의 순간을 포착하며 쓰고 그렸다. 내 마음이 복잡할 땐 그림도 글도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무언가 단순한, 산뜻한 글과 그림을 얻어 내고 싶었으나 미숙한 탓에 그렇게 되질 못했다.
가능한 한 정성스럽게 쓰고 그려 달라, 흑백보다는 채색한 것으로 해 달라는 등의 요구에 따라 내 그림=낙서는 조금씩 망가져 갔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잘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저 툭 튀어나오는 것이어야 했는데 더러 그러질 못했다. 이랬든 저랬든 복잡한 나라는 한 인간의 편린을 글과 그림에 담은 것은 사실이다.
그림이라 할 것도 없고 그냥 메모 수준이거나 낙서 정도이리라······. 어릴 적부터, 마음이 괴롭거나 불안하거나 슬프거나 답답하고 외로울 때 혼자 구석에 처박혀 무언가를 그려 왔다. 어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을 하다가 재미있는 그림이 있으면 따라 그려 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마주한 얼룩이나 풍경이나 혹은 이상한 장면 등 내 눈에 포착된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그저 잠시 잠시 그릴 뿐, 별다른 특징은 없다. 기어코 특징이라 한다면 수준이 낮고, 허접하다는 것, 극히 유치하다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라는 말을 똑같이 내뱉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저자소개
지은이 : 최재목崔在穆
1961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은 청년기를 보냈다.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현재까지 시를 꾸준히 써 오고 있다.
영남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그림도 그리고, 여행도 하고, 농사도 지으며, 대충 제멋대로 별 재미없이 살아가고 있다. 닉네임은 돌구乭九, 돌돌乭乭, 목이木耳 등을 쓴다.
그동안 펴낸 시집은 총 7권으로 다음과 같다.
① 『점에서 만난 타인들』, 영대인쇄사, 1981
② 『기다리는 꿈』, 흐름사, 1983
③ 『나는 폐차가 되고 싶다』, 시와반시사, 1998
④ 『길은 가끔 산으로도 접어든다』, 포엠토피아, 2003
⑤ 『가슴에서 뜨거웠다면 모두 희망이다』, 포엠토피아, 2004
⑥ 『잠들지 마라 잊혀져 간다』, 샘터, 2004
⑦ 『해피만다라』, 시와에세이, 2009
이번 시집은 제8시집이며, 앞으로 시전집을 낼 계획이다.
저서로는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 『언덕의 시학』, 『상상의 불교학』, 『톨스토이가 번역한 노자 도덕경』 등이 있다.
choijm@ynu.ac.kr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어쩔래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
불火국토처럼, 명자꽃 피다
맨발
오늘 밥 먹으며
혼자만 다 먹은 죄 때문
하염없이, 산길을 헤매다
이제 그만 싸우자
풀꽃에 내 인생을 묻다
진짜 내 글씨 한 줄
제2부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렸다
해변에서
후회
낙서 위에 비 내리니
발밑을 보라
사월역沙月驛을 지나며
지옥에서 쫓겨난 어둠이 걸어간다
나 홀로 놀다가
제3부 연등
마음에 연등을 달고
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독도여래獨島如來
썼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쓰는
그늘의 법석法席
어느 하나 향기로운 집 한 채가 아니랴
입은 닫고, 꽃잎은 열어라
갈피마다, 시든, 꽃을 꺾다
나 그때 강릉에 있었네
제4부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보고 싶어 언덕으로 간다
반가사유상
그 남자의 혀 ? 함성호 형에게
꿈에 만난 노자老子
꽃잎의 눈동자
균형 잡힌 비극
성聖 비극
이제 꽃을 쳐다보지 마라
학문은 항문이다
해설 | 조병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