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
■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칙을 깨는 푸른 눈의 한 청소부 이야기…….
“용서는 복수보다 위대하다는 건 대중을 쉽게 통제하려는 지배층의 세뇌일 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동해복수법(同害復讐法)’은 엄연히 정의실현의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 개인의 복수는 범죄가 되었다. 대신 국가가 법에 의해 가해자를 처벌해준다. 일종의 대리 복수이다.
국가가 행하는 대리복수는 완벽한 정의실현을 하지 못한다. 언제나 교묘하게 법의 약점과 맹점을 이용하는 가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청소부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간 범죄자를 찾아내 복수를 한다. 복수의 순간, 피해자와 가해자는 뒤바뀐다. 형사들은 시비와 선악이 교차하는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복수와 용서, 그리고 정의실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형사들의 복잡한 심리변화를 통해 진정한 정의실현의 가능성, 용서와 복수의 의미 등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하였다.”
- 《어벤지》 〈집필 동기〉 중에서
‘어벤지(avenge)’의 뜻은 “복수. 악 · 부정에 대하여 정의감 등에서 보복하다.”이며, 주로 피해자가 아닌 사람을 주어로 하여 피해자를 대신하여 보복하는 꼴로 쓰인다. 최문정 작가가 《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집필 동기에서 밝힌 것처럼, 이 소설은 ‘진정한 정의실현의 가능성’, ‘용서와 복수의 의미’ 등에 대해 아프게 묻고 있다.
이번에 펴낸 《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는 화제작 《바보엄마》를 비롯해서 그동안 여성과 가족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온 최문정 작가의 기존 작품과 가족애라는 맥락에서는 같다. 그러나 소재 면에서 작가들이 다루기 어렵고 께름칙한 아동 성착취 문제를 다룬 점이 색다르다고 하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최문정 작가의 힘 있는 문체와 특유의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추악한 일면을 낱낱이 고발한다.
‘청소부 : 인간쓰레기를 청소하는 자!’
■ 대강의 줄거리
친딸을 임신시키고도, 여섯 살 여아를 성폭행하고도, 친딸을 살인교사하고도 그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전관예우, 심신미약, 자녀 양육 등 감형 이유도 다양했다. 이유나 핑계에 의해 변하는 것은 더 이상 정의라 부를 수 없었다. 그런데도 권력층은 법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칙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부활절, 친딸을 절름발이로 만들고 임신시켰던 안도현은 고환과 아킬레스건이 잘린 채 병원으로 옮겨진다. 범인은 친딸 유효리가 당한 그대로 갚아주었다. 잔인하고 끔찍한 복수의 시작이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과거 성폭행사건의 피해자인 친딸 유효리였다. 하지만 증거도 증인도 없었다.
한 달 뒤, 여섯 살 여아를 성폭행해 자궁과 항문, 대장까지 망가뜨린 한인걸이 고환이 잘리고 항문이 오려진 채 발견된다. 연쇄범이었다. 하지만 형사들은 대부분 수사를 거부했다. 범행 동기는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 선악이 교차하고 시비가 엇갈리는 사건은 수사 의욕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용의자가 된 과거 성폭행 피해자를 동정하고, 범죄의 피해자가 된 성폭행범을 경멸했다. 그리고 범인을 ‘청소부’라 부르며 추앙했다. 청소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진정서가 쌓이고, 청소부를 잡는 형사를 죽이겠다는 협박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악을 벌한다고 선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악일 수도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가 아니라면 복수도 범죄일 뿐이다. 민수는 그렇게 믿으며 버텼다.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청소부를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민수의 파트너인 희성은 청소부 검거에 점점 회의적이 되어간다. 거대한 악과 마주해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악이 될 수도 있었다. 권총강도에게 반항하다 강도를 찔러 죽인 집주인을 악이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민수와 희성은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청소부는 점점 대담해진다.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고, 범행 현장에 되돌아오기도 한다.
20대 여자, 푸른 눈, 가냘픈 몸매, 문신 기술, 의학적 지식……. 청소부가 일부러 놔두고 간 증거들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청소부의 범행이 늘어날수록 용의자의 수도 늘어났다. 성폭행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 담당 정신과 의사, 담당 경찰……. 그 누구라도 범인일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범인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