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의 부활

단 하루의 부활

  • 자 :김서하
  • 출판사 :메이킹북스
  • 출판년 :2023-06-12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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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부활』은 누구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가 아무 생각이라도 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다.

『단 하루의 부활』은 총 4편의 단편 소설로 묶여있다. 자전적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소설들은 화자가 던지는 재미난 질문과 함께 벌어지는 사건들을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단 하루의 부활」은 스미싱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범죄나 사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엉뚱한 역발상의 이야기다. 「백봉이」는 쉽게 내뱉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할머니의 방황」은 방황하는 할머니를 따라 걸으며 의심하는 손녀와 가족들의 감정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흔적」에서는 강박증으로 스스로 괴롭히고 있는 ‘나’가 등장하여 나라고 믿고 있는 나에 대하여, 인간관계에 대하여 돌아보고, 진정한 나를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네 편의 단편 소설은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 가족, 사회, 죽음 너머의 관계’ 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죽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 부메랑처럼 흉기가 되어 돌아온 말의 두려움,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할머니의 외로움, 사소한 습관 하나가 강박증이 되어 삶을 공격하는 불안함.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수많은 과거와 현재 속에서 작은 알갱이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감정에 얽매여 있다. 때론 어린이의 시선으로, 어른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며 후회하고 깨닫고 반성한다. 나라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고 성장해 나간다.

1. 단 하루의 부활



아빠의 기일에 맞춰 죽은 아빠로부터 엄마에게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나와 엄마는 스미싱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문자를 기다린다. 마치 아빠가 살아 돌아오는 날처럼, 죽은 아빠를 기다린다.



일 년 전의 문자가 오늘 또 아빠 기일 전날에 도착했다.



“네 아빠가 정말 귀신은 귀신인가 보다.”



아빠가 좋아했던 잡채를 무치며 엄마가 말했다. …… 엄마는 이제 멀리 있는 아빠에게 안부 문자라도 받은 듯 기뻐했다. 마치 아빠의 기일을 기다린 사람처럼, 음력이라 매년 날짜가 바뀌는데도 귀신같이 맞춰 보낸다며 입술을 실룩였다. 작년처럼 울지 않고 기뻐하는 엄마를 보니, 올해도 잊지 않고 아빠의 이름을 도용해 문자를 보내준 사기꾼들이 고마웠다.

p22

2. 백봉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흉기는 말이다. 유명 셰프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 날, 나의 첫 증오심이자 죄책감이 떠올랐다. 17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그곳에는 그때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아주 투명한 그림자처럼, 살인자만이 알고 있는 비밀의 암호처럼.



백봉이를 죽인 살인자는 죽어라!

죽어서 꼭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져라!

p83







3. 할머니의 방황



할머니가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온 뒤부터 몹시 이상해졌다. 할머니가 찾는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원래부터 진짜 존재하긴 한 걸까. 나는 방황하는 할머니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혹시 하나님이 여러 명이야?”

“이 멍청아! 하나님이 왜 여러 명이야? 한 명이겠지.”

“한 명인데 왜 못 찾아? 어차피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꼭 교회에서 찾아야 해?”

동생의 마음을 백번 천번 이해했지만,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누나! 할머니가 하나님 찾아서 복수하려는 거 아냐?”

p123





4. 흔적



나는 새 물건이 싫다. 물건을 살 때는 돈 쓰는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가도 새 물건을 들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낯선 마음이 막 휘몰아친다. 이미 돈을 지불하고 내 소유가 된 물건들인데도 굳이 상표를 다 뜯거나 스티커를 떼어내야 내 것처럼 마음이 편해진다.



아직도 내 엄지와 검지 지문에는 덜 닦인 인주가 물든 것처럼 벌겋다. 상자의 물건들을 사용하기 전까지 나는 스티커를 떼고 남은 끈끈이를 손톱으로 긁어냈는데, 언제부턴가 손톱이 종잇장처럼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엄지와 검지로 박박 문지르며 끈끈이를 떼어내다 보니 벌겋게 달아올라 껍질이 벗겨지곤 했다. p.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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