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가는 시계』는 이국형 시인의 첫 시집이다. 그러나 “경계에는 소멸과 생성이 공존한다”라는 시인의 말에서 보듯이 그의 시는 삶을 반추하며 얻어낸 깨달음의 토로여서 그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혹은 맨 아래 자리」 「구절초가 구절초에게」 「퇴사」 등에서 ‘퇴직’에서 마주치는 일상의 차가움을 ‘단춧구멍’이나 ‘구절초’ ‘새’ 등에 감정이입 시켜 그 아픔을 담담하게 잘 구현해 내고 있다.
반면 「그믐날 사건」 「벚꽃이 피고 지는 사연」 「기일」 등은 첫 시집이라 믿기지 않는 서정성 높은 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내게 물었다」에서 “가을 타느냐고/ 내게 물었다// 대답을 못하고/ 그저 서툴게 웃고 말았다// 순간 눈가에/ 눈물이 잡혔다”로 「시인是認」하지 않고 시 바깥, 그 경계에 서 있었으나 이미 천상 시인詩人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 스스로 세운 담을, 경계를 허물고 시인세계로 성큼 들어서기를 바란다.
─ 김금용(시인 · 현대시학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