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

역사 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

  • 자 :김정인
  • 출판사 :책세상
  • 출판년 :2021-09-0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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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의 ‘자랑스러운 역사’

이념 대결의 장이 된 교과서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의 민주화 세력의 집권 10년을 상징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과거사 청산’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등이 연이어 출범하자 보수 세력은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헤게모니가 손상당할까 우려했다. 때마침 등장한 뉴라이트는 이런 과거사 청산 움직임에 “자학 사관을 퍼뜨리며 지배 세력 교체와 기존 질서 해체를 위한 ‘과거와의 전쟁’에 자신의 명운을 걸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는다. 뉴라이트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문명 사관을 꽃 피운, 경이로운 역사 그 자체다. 건국 이후 공산주의와 싸우며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했고 시장경제 원칙을 정착시켰으며 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는 2005년 교과서포럼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역사 전쟁’에 나선다. 교과서포럼은 기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친북 좌파적 교과서’라고 비판하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뉴라이트는 자신들의 사관에 입각한 대안 교과서를 내놓는다. 하지만 뉴라이트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오류투성이의 교과서였다. 당연히 탈락했어야 할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자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는 즉각 검정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고, 정치권과 언론까지 편을 갈라 격전을 치렀다. 그러나 보수 정권이 들어서 역사 전쟁의 당사자로 등장하면서부터 정쟁의 성격이 더욱 강화되었고, 민주주의적 절차와 합의를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를 비판하는 역사학계에 보수·우파는 이념 공세를 펼치며 권력을 비호했다. 박근혜 정부는 교학사 교과서 검정 파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역사 교과서가 내용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니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



‘이념의 대결장’에서 ‘학문의 공론장’으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역사교육



뉴라이트와 보수 정권은 왜 역사 교과서에 목을 매는 것일까? 역사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에 관한 생각이 곧 현재를 어떠한 생각으로 살아가는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과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전후 독일에서 벌어진 역사 전쟁을 분석한 에드가 볼프룸은 ‘역사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거 해석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 예측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전쟁은 기본적으로 ‘역사 해석에 대한 이념의 공격’이다. 즉, 뉴라이트에 맞선다는 것은 그들과 이념 대결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이 역사학계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이다. 학문과 교육의 차원에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종북 프레임과 친일 프레임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변질되어버린다. 상대를 종북 좌파, 혹은 친일파로 몰아세우는 극단적인 형국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들면서 보편 가치를 토론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뉴라이트가 바라는 전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프레임에 갇혀서는 그들을 이겨내기 힘들다. 저자는 역사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전장을 ‘이념의 대결장’에서 ‘학문의 공론장’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저자는 처음 국정화가 시행된 1974년판 국정화 교과서부터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포함된 2014년 8종 검정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쟁점으로 떠오른 현대사의 체제를 모두 분석한다. 유신시대의 국정 교과서는 현대사를 어떻게 기술했는지, 뒤이어 등장한 전두환 정권하에서의 역사 교과서는 개발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국정에서 검정으로 변화한 뒤에는 이 부분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교과 과정표를 통해 보여준다. 이어서 뉴라이트가 역사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이념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냉전’이란 빛바랜 단어가 아직도 현존하는 대한민국에서, 보수·우익에게 이념은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어왔음을 보여준다. 뉴라이트는 반공주의를 통해 친일 청산 실패와 독재로 이어지는 어두운 과거를 은폐했고, 시장주의 사관을 통해 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을 미화했다. 문제는 뉴라이트 사관이 승자의 역사를 전적으로 긍정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뉴라이트 사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 뉴라이트 사관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가 과연 ‘올바른 교과서’인지 반문한다.



저자는 하나의 시각으로 역사교육을 획일화하려는 시도가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권력과 이념에 흔들리지 않는 역사가들의 건강한 시각이 고루 공존하는 역사와 역사교육을 지켜내야만 민주적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당연한 권리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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