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의 글쓰기

경계에서의 글쓰기

  • 자 :오민석
  • 출판사 :행성B
  • 출판년 :2020-07-23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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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과 저쪽 사이, 경계에서 바라본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우리 삶의 풍경들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오민석 교수가 지난 5년간 《중앙일보》 ‘삶의 향기’에 연재한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짧은 역사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품고 있는 전근대의 ‘신화’와 ‘다중(多衆)의 시대’라는 경계, 그리고 한국 정치의 갈수록 심각해지는 ‘진영’과 ‘진영’의 경계에서 적어 내려간, ‘이쪽’과 ‘저쪽’의 소통을 위한 거침없는 제안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 ‘사건으로서의 사랑’, 즉 공동선을 꼽고 문학과 일상에서 그 징표를 길어낸다.



경계에 서야

너와 내가 만난다



오민석은 영문학자다. 정확히는 문학 이론 교수이다. 그러면서 시인이다. 이런 이력의 소유자를 일간지 칼럼니스트로 만난다면 대개 일상의 풍경이나 문학에서 길어낸 따뜻한 감성 정도를 기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칼럼은 독자를 배신한다. 지적 통찰이라는 매력으로, 문학적 사회 비평이란 반전으로.

그의 문학 이론과 현대 사상은 오히려 시평으로 생생한 호흡을 얻는다. 때로 매섭기까지 한 그의 지적은 반박 불가해 보인다. 그가 우리 시대의 발목을 잡는 ‘신화’와 ‘진영’의 말투를 쓰지 않고 이를 비판하기 때문이고, 하나의 현상에서 사회의 일면이 아닌 다면을 읽어내고 성찰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공동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공동선의 다른 이름은 곧 사랑이다. 개인적 관계가 사회적 관계로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공통적인 것(the common)’을 향하지 못하는 사랑은 병든다. 그러한 사회도 병든다. 그것이 바로 이 책 《경계에서의 글쓰기》가 말하는 ‘경계’이다.



문제는 21세기 현재는 영웅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는 정치적 메시아의 시대가 아니라, ‘다중’의 시대이다. … 다중은 개체들이면서 집단이고, 집단이면서 동시에 자유로운 개체들이다.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사회적 메시아주의는 다중의 “공통적인 것(the common)”(안토니오 네그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권력의 생성에만 집중한다. 그들이 내놓는 대부분의 정책은 공공선(公共善)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제로는 권력의 재생산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9쪽



정치라는 이름의

가장 중요한 경계



칼럼은 시평이다. 시사, 사회, 풍속을 다루는 시평의 핵심은 정치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는 늘 정치에 갇혀 있다. 사람들이 정치에 피로를 느끼는 이유다. 하지만 《경계에서의 글쓰기》는 그 경계를 넘는다. 정치가 일상이고 생활인 이유를 정치 이야기로 뛰어넘는다. 정치는 우리 모두가 타고 있는 배, 경제와 문화와 사회를 전부 태운 배의 방향타이자 돛이다. 배(정치)가 산으로 간다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특히 분단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이른바 ‘진영 논리’가 갈수록 심각하다. ‘이쪽’에서 ‘저쪽’에 말을 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비난’과 ‘공격’으로 ‘공감’과 ‘동의’가 실종되었다. 자신들의 ‘바깥’을 사유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경계’ 너머의 소통이다. 언어와 생각이 섞이고 사상과 실천이 맞부딪치는 곳이 경계이다. 이 책 《경계에서의 글쓰기》가 말하는 또 하나의 ‘경계’이다.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기에 집단주의와 탈정치적 개별주의를 이미 통과해왔다. 이제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문제’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복수(複數)적 주체”(안토니오 네그리)의 탄생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정의와 공정의 이름으로 오래 묵은 사회악들과 싸우고 있다. 바야흐로 진리 담론이 부상하고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진리 담론이 독점 담론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진리 담론은 그 안에 동질성뿐만 아니라 이질성을 동시에 열어놓는다. 무오류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면, 외부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내부를 성찰하는 ‘겹 지혜(double wisdom)’가 필요하다. -61쪽



‘사랑의 사건’이 태어나는

일상의 경계



사랑은 타자를 향한다. 타자와의 관계 맺기이다. 동시에 자신을 향한다. 타자 안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성찰의 시작이다. 너와 내가 만날 때 우리는 늘 경계에 선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다시 사랑으로 돌아간다. 경계에 설 때만 사랑은 사랑으로 재발명된다. 사랑-타자-관계-경계의 순환. 《경계에서의 글쓰기》는 5년 동안 일간지에 연재된 칼럼이지만 이 같은 주제의 순환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단단히 엮어 한 권의 산문집으로 완성되었다.

‘소확행’의 기쁨을 추구하는 에세이가 넘치는 시대, 힐링의 끝에서 또 힐링을 찾는 시대에 《경계에서의 글쓰기》는 우리가 선 자리를 묻는다. ‘사랑의 의지’로 마주해야 할 일상의 자리가 어디인지, 뜨거운 가슴으로 만들어가야 할 ‘사랑의 사건’이 무엇인지.



사랑 자체로 돌아가려 할 때, 그것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나’라는 동일자이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타자’를 지향하는 것이므로 ‘나’를 버리지 않을 때 사랑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 타자를 지향하지 않을 때 관계 자체가 망가지거나 사라지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실현하기 힘든 목표를 향해 분투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면서 깨지고 좌절하고 다시 사랑으로 끝없이 돌아가는 존재들이다. 개인적 관계이든 사회적 관계이든, 관계가 파괴된 사람들은 이 복잡한 사랑의 회로에서 무언가 뒤엉킨 사람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의 방식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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